꽃... 그리고 나무2007. 8. 8. 08:07

2006.9.2

요즈음 여기저기에 피어있는 능소화입니다.

(퍼온글)

- 능소화의 전설 -

아득한 옛날 복숭아 빛 같이 흰 가하면 붉고 붉은 가하면 흰 화사한 피부에 자태까지 더 없이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꽃은 숨어있어도 들어나고, 더 없이 그윽한 향기는 천리에 퍼지듯 이 소화도 그러했습니다. 어느 날, 이 어여쁜 소화는 임금의 눈에 띄었지요. 임금님과 꿈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그 결과 소화의 신분은 ""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신분에 걸맞게 궁궐 안에 따로이 처소도 마련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렇게 한번 소화에게 다녀간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를 단 한번도 찾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니 소화의 심정이 오죽했겠습니까? 임금님이 너무나도 그리웠지만 소화는 속으로만 애를 태워야 했었습니다. 차마 임금님에게 보고 싶다는 뜻도 전하지 못하고, 변변한 측근이 있을 리 만무했으니 빈이 된 소화는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갔습니다.

드넓은 궁궐에 임금의 처첩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서로간의 시샘과 질투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으니, 가엾은 소화는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나앉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음모를 알리 없는 소화는 하릴없이 이제나 저제나 하며 임금님이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혹여, 임금님이 자신의 처소 가까이 왔다가 돌아가시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담장 옆을 서성이며 그립고 그리운 임금님의 발자국소리를 기다렸습니다.지나가는 임금님의 그림자라도 바라볼 요량으로 담장 너머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임금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덧없는 세월과 더불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님을 그리던 나머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요, 하지만 까마득히 잊혀진 구중궁궐의 초라한 왕의 여인이었던 소화는 변변히 초상도 치루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소화의 간절한 유언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죽거든 절대 잊지 말고 나를 담장가에 묻어줘, 혹시 내일이라도 임금님이 나를 찾아오실 줄 모르잖아."

그녀를 모시던 시녀들은 몹시 슬퍼하며 소화를 담장가에 묻어주었습니다.이듬해, 더운 여름이 시작되었지요. 온갖 벌과 나비들이 꽃을 찾아 모여들었답니다. 물론 소화가 묻힌 구중궁궐에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소화가 묻힌 그 담장 위로 주홍빛 어여쁜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은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내다보려는 듯 고개를 빼곰히 내밀고, 그것도 모자라 임금님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려는 듯 두 귀를 쫑긋 세운 듯 꽃잎을 활짝 벌리고 있었습니다. 이 꽃이 바로 능소화입니다. 덩굴로 크는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이었지요. 그렇게 피어난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은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었습니다. 그리고 활짝 열린 꽃잎의 모습은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하였습니다. 그럼 그 후로 소화가 그렇게도 그리던,죽어서도 차마 잊지 못하던 임금님은 소화를 찾았을까요? 아쉽게도 그러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참으로 무심하고 무정한 님이 분명합니다.

내내 기다리다 지는 순간에도 기품을 잊지 않고 시든 모습이 아닌 꽃송이째 뚝 뚝 떨어지는 능소화! 기다림의 화신이 되어버린 능소화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임금님 외에 그 누구도 자신의 몸에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한여름 어디선가 아름다운 능소화를 만나면 절대 잊지 마세요. 능소화는 오로지 멀리서 눈으로만 바라보며 감상해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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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는 일명 어사화라고 해서 문과에 장원 급제를 한 사람이 귀향길에 오를 때 말을 타고 머리의 관에 꽂던 꽃이었습니다. 꽃이 달린 대궁이 길고 잘 흔들리면서도 탄력이 좋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꽃이 질 때도 지저분해지는 법 없이 통꽃 그대로 떨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안쓰러운 심정이 되게 합니다.

이 꽃의 꽃가루에 독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런 것이 아니고, 사실은 꽃가루의 미세 구조가 갈퀴와 낚시 바늘을 합쳐 놓은 듯한 형태를 하고 있어서 일단 피부에 닿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데, 특히 눈은 점액이 있고 습기가 있어서 일단 부착이 되게 되면 비비는 행동에 의해 자꾸 점막 안으로 침투하여 심한 염증을 유발하고, 심지어는 백내장 등 합병증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명한다는 속설이 따라붙게 되었습니다.

꽃가루 못지 않게 주의해야 할 점이 능소화에는 또 하나 있습니다. 무심코 이 꽃의 향기를 자꾸 맡게 되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어 버린다는 학설이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 꽃이 정원에 있는 집에서는 반드시 가족들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충분히 주지시켜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Nikon D70 / AF-S DX 18-70mm (F3.5-4.5G)


Nikon D70 / AF 80-200mm ED ⓝ (F2.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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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